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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운산방

대표변호사 호인 「소운」을 따서 만든 서재의 이름입니다.

소운산방 11~15

11. 눈이 온다 – 신경림
그리운 것이 다 내리는 눈 속에 있다
백양나무 숲이 있고 긴 오솔길이 있다
활활 타는 장작 난로가 있고 젖은 네 장갑이 있다
아름다운 것이 다 쌓이는 눈 속에 있다
창이 넓은 카페가 있고 네 목소리가 있다
기적 소리가 있고 바람 소리가 있다
지상의 모든 상처가 쌓이는 눈 속에 있다
풀과 나무가, 새와 짐승이 살아가며 만드는
아픈 상처가 눈 속에 있다
우리가 주고받는 맹세와 다짐이 눈 속에 있다
한숨과 눈물과 상처가 되어 눈 속에 있다
그립고 아름답고 슬픈 눈이 온다

서변생각
눈이 오면 지금도 설레고 동화를 읽는 기분이 드는 것은, 그 눈 속에 평생 잊지 못할 그리움, 깊은 상처, 눈물이 다 숨어 있어서 그랬구나.


12. 길 – 박노해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그대는 충분히 고통받아 왔고
그래도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자신을 잃지 마라
믿음을 잃지 마라
걸어라
너만의 길로 걸어가라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서변생각
한 번도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길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잘못되었다고 느껴질 때, 길이 너무 멀고 멀어 중도에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아 끝까지 가야 한다.


13. 모든 진리를 가지고 나에게 오지 말라 – 올라브 하우게
모든 진리 가지고 나에게 오지 말라
내가 목말라 한다고 바다를 가져오지 말라
내가 빛을 찾는다고 하늘을 가져오지 말라
다만 하나의 암시, 이슬 몇 울, 파편 하나를 보여 달라.
호수에서 나온 새가 물방울 몇 개 묻혀 나르듯
바람이 소금 알갱이 하나 실어 나르듯

서변생각
삶이 방향성을 잃은 것은 이미 나와 있는 진리를 몰라서가 아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진리가 있지만 지금 여기서 내게 필요한 것은 그 거대한 진리가 아니다.
이슬 몇 방울과 파편 하나를 보고 내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14. 두 사람 – 라이너 쿤체
두 사람이 노를 젓는다.
한 척의 배를.
한 사람은
별을 알고
한 사람은 폭풍을 안다.
한 사람은 별을 통과해
배를 안내하고
한 사람은 폭풍을 통과해
배를 안내한다.
마침내 끝에 이르렀을 때
기억 속의 바다는
언제나 파란색이리라.

서변생각
동행이 없는 삶은 없다. 누구나 함께하는 동행이 있다.
나와 함께하는 동행에게 난 별을 아는 사람인가, 폭풍우를 아는 사람인가.
그와 함께 삶의 파도를 헤쳐 나왔으면 그와 함께한 시간은 파란색이었으리.


15. 사랑이 그대를 부르거든 – 칼릴 지브란
사랑이 그대를 부르거든 말없이 따르라
비록 그 길이 힘들고 험난할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감싸안거든
말없이 온몸을 내맡겨라
비록 그 날개 안에 숨은 칼이 그대에게 상처를 입힐지라도
사랑이 그대에게 속삭일 때는 그 말을 믿어라.
비록 찬바람이 정원을 황폐화시키듯이
사랑의 목소리가 그대의 꿈을 뒤흔들어놓을지라도.

서변생각
상처를 두려워하여 먼저 손 내밀지 못한다. 심지어 사랑하는 마음을 속이기도 한다.
그러나 상처 없이 피는 꽃이 없듯이, 사랑을 두려워하여 사랑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영혼은 영원히 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