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변호사 호인 「소운」을 따서 만든 서재의 이름입니다.

6. 겨울의 노래 – 복효근
멀리서 보면 꽃이지만
포근한 꽃송이지만
손이 닿으면 차가운 눈물이다
더러는 멀리서 지켜만 볼 꽃도 있어
금단의 향기로 피어나는 그대
삼인칭의 눈꽃 그대
서변생각
함박눈이 벚꽃처럼 흩날리면 꽃을 보는 마음으로 눈꽃송이를 손으로 받아본다. 손에 닿은 순간 눈꽃송이는 물로 변한다. 아름다운 것은 눈꽃송이처럼 오래 간직하기 힘들다. 그렇게 짧은 순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른다.
7. 헌신 – 복효근
내 마음이
그대 발에 꼭 맞는
신발 같은 거였으면 좋겠다
거친 길 험한 길 딛고 가는
그대 발을 고이 받쳐
길 끝에 안착할 수 있다면
나를 신고 찍은
그대의 족적이
그대 삶이고 내 삶이니
네가 누구냐 물으면
그대 발치수와 발가락모양을
말해주리
끝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리
다만 그 끝의 자세가
사랑을 규정해주리니
그대 다시 나를 돌아보거나 말거나
먼 길 함께했다는 흔적이라면
이 발냄새마저도 따스히 보듬고
내가 먼저 낡아서
헌신, 부디
헌신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서변생각
오래 신었던 헌신은 조강지처다. 내 의 아팠고, 슬펐던 곳에 끝까지 함께했다. 내 삶은 헌신을 걸었던 길을 전부 합한 조이다. 그 길에 헌신이 있었다. 오래된 사랑처럼, 늘 나를 안아주던 사람처럼.
8. 금시(琴詩) – 소식(蘇軾)
若言琴上有琴聲
放在匣中何不鳴
若言聲在指頭上
何不於君指頭聽
거문고에 거문고 소리가 있다고 한다면
거문고 갑 속에 두었을 땐 어째서 울리지 않았는가
거문고 소리가 손가락 끝에 있다고 한다면
어째서 그대 손가락 끝에서는 들리지 않은가
서변생각
아름다운 거문고 소리는 거문고도 아니고, 손가락 끝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거문고 현과 손가락이 만나는 그 순간. 관계의 그물 속에 소리가 존재한다. 우리 삶은 수많은 관계의 바다에 떠 있는 일엽편주가 아닐까요.
9.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서변생각
그늘과 눈물,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고요한 슬픔을 마주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랑도 따뜻하게 한다.
10. 원(圓) – 에드윈 마크햄
그는 원을 그려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나에게 온갖 비난을 퍼부으면서
그러나 나에게는
사랑과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있었다
나는 더 큰 원을 그려 그를 안으로 초대했다.
서변생각
분열과 편가르기 시대를 살고 있다. 열 가지 중 한 가지만 틀려도 원 밖으로 밀어내는 세상이다. 열 가지 중 하나만 같아도 원 안으로 끌어들이는 대동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편을 갈라 수많은 사람들을 원 밖으로 밀어내면 마지막에는 공동체의 해체만 남을 것이다.
그래서 정치란 더 큰 원을 그리는 행위이어야 하고, 손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내미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