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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

[판례톡톡] 소멸시효 지난 빚을 갚아도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이 아닐 수 있다 (대법원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21세기 종합법률사무소의 법률칼럼 ‘판례톡톡’ 입니다.


소멸시효와 시효이익 포기
민법 제162조 이하에서는 채권·재산권 등의 소멸시효 기간을 규정하고 있고, 그 기간이 지나면 권리는 소멸합니다.
또한, 민법 제184조는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판례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뒤 채무자가 일부라도 채무를 갚으면,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 채권자가 나머지 채무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시효 이익 포기 추정 법리를 폐기하고, 채무자가 시효 완성 사실을 알고도 그 이익을 포기했는지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새로운 법리로 바꾸었습니다.


관련 법령
민법 제163조
민법 제184조 제1항


사건의 배경
원고는 피고로부터 2006년경 3,000만 원(제1 차용금)을 이자 연 20%에, 2009년경 9,000만 원(제2 차용금)을 무이자로, 2011년경 2,000만 원(제3 차용금)을 무이자로, 2015년경 1억 원(제4 차용금)을 이자 월 150만 원에 각 차용하였습니다.
이후 제1, 2 차용금의 이자 채무가 소멸시효로 완성되어 갚을 의무가 없었음에도 원고는 2016년 2월경부터 2017년 7월경까지 피고에게 채무의 일부인 1,800만 원을 변제했습니다.

이후 피고가 원고 소유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신청을 하였고, 피고가 근저당권자로서 약 4억 6,000만 원을 배당받았는데,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실제 채권액보다 과다하게 배당받았다고 하면서 배당표를 정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사건의 쟁점
기존 대법원 판례(1966다2173)에 의하면 “시효 완성 뒤 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하면, 시효 완성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라는 법리에 따라 채무를 일부라도 갚았으면 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았는데, 이 사건에서도 이 대법원 법리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하급심의 판단
하급심은 원고가 제1, 2 차용금의 각 변제기까지 발생한 이자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에서 2016년 2월경부터 2017년 7월경까지 제1 내지 4 차용금의 일부인 1,800만 원을 변제함으로써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에 관한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추정 법리는 경험칙으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오히려 경험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단지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채무자가 시효 완성 사실을 알았다고 일반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채무자가 시효 완성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채무자가 시효 완성으로 채무에서 해방되는 이익을 알면서도 그 이익을 포기하고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경험칙에 비춰 보면 시효 완성 후 채무 승인은 채무자가 시효 완성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채무 승인과 시효 이익 포기는 엄격히 구별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채무 승인은 단순히 채무가 존재한다는 인식을 표시하는 것이지만, 시효 이익 포기는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법적 이익을 스스로 받지 않겠다는 효과 의사까지 포함하는 것이므로 두 개념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추정 법리는 채무 승인과 시효 이익 포기의 근본적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채무 승인 행위가 있으면 곧바로 시효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 표시가 있다고 추정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으므로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추정 법리는 시효 완성 후 채무 승인이라는 행위만을 근거로 채무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가져오는 시효 이익 포기의 의사 표시를 손쉽게 추정하고 있어, 권리나 이익 포기에 관한 해석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일반적 원칙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원고가 2016년 2월 6일부터 2017년 7월 6일까지 합계 1,800만 원을 피고에게 일부 변제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것만으로 당시 원고가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의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그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에서 피고에게 차용금 중 일부를 변제하였다는 사실로부터 곧바로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의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도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소멸시효가 완성된 뒤 채무자가 일부라도 채무를 갚았더라도 이를 자동으로 시효이익을 포기했다고 보아온 ‘시효 이익 포기 추정’ 법리를 폐기하고, 채무자가 시효 완성 사실을 알고도 그 이익을 포기했는지는 사건별로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법리를 바꾼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